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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자립심] 나도 캠핑갈 수 있어!

by 오른발왼발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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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빠들처럼 자립심 기르기

 

 

아이가 자랑스럽게 심부름을 갔다 오고 얼마 뒤, 우리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마당이 넓지는 않았지만 감나무도 있고, 한쪽 구석엔 작은 꽃들도 심어 있었죠. 아이는 마당을 너무 좋아해서 자꾸자꾸 나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이는 마당에 나가기만 하면 한 번씩 쭈그려 앉았다 일어났어요. 처음엔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었어요. 아이가 조금은 쑥스러운 듯 씩~ 웃더니 대답했죠.

 

“응, 오줌 누는 연습.”

“오줌 누는 연습?”

“응.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아이는 자기가 제대로 했다는 확인을 하고선 아주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나도 이제 캠핑갈 수 있다!”

 

저는 픽 웃음이 나왔어요. 요즘 아이는 나도 캠핑 갈 수 있어!(하야시 아키코 글, 그림/한림출판사)를 열심히 봤거든요. 이 책에서 소라라는 어린아이가 언니 오빠들을 따라 캠핑을 가게 되었어요. 어려서 안 된다는 걸, 캄캄한 밤에 혼자 쉬하러 갈 수 있다고 다짐을 하고서 말이에요. 그리고 결국 다짐한 것처럼 혼자서 텐트 밖에 나가 오줌을 누지요. 무섭긴 했지만 다들 잠이 들어 같이 나갈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아마 아이는 이 책을 보고 언니 오빠들처럼 되려면 이렇게 혼자서 오줌을 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는 그런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캄캄한 밤에 혼자 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자기가 옺ㅁ 누는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누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에 남았던 것 같아요. 책에는 캄캄한 밤에 비치는 그림자처럼 그림이 처리되어 있을 뿐이었고, 누군가 이렇게 누는 걸 본 적도 없었어요. 그러니 아이는 아마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앉아보며 실험을 해봤을 거예요. 갑자기 아이가 너무 대견스러워 보였어요.

 

아이의 이 도전은 곧 실생활에 그대로 이어졌죠. 비록 캠핑을 가서 누는 건 아니지만 외출을 하면 늘 좌변기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아이들이 집에서 좌변기만 사용하다 쪼그리고 앉는 와변기만 설치된 곳에서는 전혀 볼일을 못 본다는 엄마들의 고민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저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아이는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쭈그리고 앉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자 금방 환하게 웃더니 아하~! 캠핑갈 때처럼?” 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적응했으니까요. 오줌을 눌 때만이 아니었어요. 용변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물론 아직 어려서 오랫동안 혼자 쭈그리고 앉기는 힘들어서 다리를 잡아줘야 할 때가 많긴 했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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