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도전의 기록
제발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게 해 주세요!
아마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 거예요.
실패한다는 건 두렵고 괴로운 일이지만, 성공한다는 건 기쁘고 신나는 일이에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실패를 안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실패를 하면 마치 당장이라도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과연 실패는 나쁘기만 한 걸까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했죠.
걸음마를 배울 때도 그랬고, 글자를 배울 때도 그랬고, 구구단을 외울 때도 그랬고…….
뭐든지 한 번에 완벽한 성공을 한 경우는 없어요.
실패를 하면서 조금씩 발전했던 거죠.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바로 수많은 실패 덕분이에요.
이번에 실패에 관한 책 두 권을 봤어요.
《실패 가족》(신순재 글/이희은 그림)은 실패를 밥 먹듯이 하는 실패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에요.
하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결코 기죽지 않는 가족이죠.
개그맨이 꿈인 형은 전혀 웃기지 않는 개그를 쏟아내고.
옷 만드는 걸 좋아하는 엄마가 만드는 옷은 입을 수 없는 옷이고,
테니스를 좋아하는 아빠는 늘 시합에서 지죠.
단 한 사람, 주인공 안상심만 빼고요.
상심이가 실패를 피할 수 있었던 건 나름의 비법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잘하지 못할 것 같거나, 한 번도 해 보지 않았거나, 소질이 없을 것 같은 일은 하지 않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이죠.
즉, 실패할 여지를 싹 없애는 거예요.
물론 아무리 그렇게 해도 실패할 경우는 생기는 법이죠.
상심이는 반 대항 야구 시합에서 9회 말 역전 기회에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완전 상심해서 풀이 죽어요.
아무리 실패의 여지를 없애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혹시라도 실패를 하게 됐을 땐 다른 누구보다 상심하게 돼요.
상심이가 바로 그랬지요.
그런 상심이를 구해주는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패 가족이었죠.
상심이가 삼진 아웃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파울볼 여섯 개를 치는 것으로 끝나요.
전 이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만약 상심이가 안타나 홈런을 쳤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예요.
너무 교훈적인, 평범한 책이 되고 말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똑같은 아웃이지만 볼을 전혀 치지 못한 삼진과 공을 친 파울은 분명 다르죠.
그래서 상심이는 안상심이 될 수 있었던 거고요.
이 책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글도 좋지만 디자인적인 감각이 뛰어난 그림은 글과 어우러져 그림책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요.
《실패 도감》(오노 마사토 지음/길벗스쿨)은 바로 이런 실패 덕분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의 이야기에요.
흔히 위인들은 실패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인들이야말로 실패 속에서 성공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실패는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위인들의 실패담이라니, 아주 흥미로워 보여요. 위인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먼저 등장하는 건 에디슨이에요. 에디슨은 어려서부터 사고뭉치로 널리 알려져 있죠. ‘실패왕’이란 별명도 있고요.
그래서일까요? 에디슨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등장해요. 즉, 에디슨은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죠. 실패왕으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며 자신은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해요. 자신은 단지 잘 되지 않는 방법을 1000번 발명한 것이며, 이를 통해 실패에서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선 위인들을 소개하죠.
소개하는 인물은 모두 20명이에요.
아, 위인들의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껏 위인전에서는 보여주지 않았기에 몰랐던 모습도 많이 보게 됐어요.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발명했다는 성공에 사로잡혀, 이후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비행기를 만든 것을 참을 수가 없었대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 개발은 뒷전인 채 사람들이 비슷한 비행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특허 재판에만 몰두했다고 해요. 결국 새로운 기술 개발에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고 말이에요.
오드리 헵번은 어린 시절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대요. 그래서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다듬는데 노력을 기울였대요. 그 결과 ‘헵번 스타일’이라는 걸 만들어 냈죠. 너무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뜻밖이었어요.
재밌는 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마지막 인물이 바로 ‘부모’라는 점이었어요.
부모의 실패는 바로 ‘자식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데에서 오죠. 아이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벌컥 화를 내고 후회하고 반성을 하기도 하죠.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님도 자신처럼 실패하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죠. 이런 점에서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일 듯 싶어요.
그리고 이 책은 사이사이에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재미난 정보를 보여주기도 해요.
특집 1. 미니 실패 도감 - 작은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특집 2. 실패 상담실 1 - 남의 실패를 보고 웃으면 안 되나요?
특집 3. 실패 상담실 2 -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
특집 4. 너무나 엄청난 실패 - 인간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다! 공룡. 지구. 우주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운 여러 상황을 제시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안을 제시해 주죠. 무엇보다 ‘특집 4’에서는 공룡과 지구, 우주의 차원에서 어떤 실패의 상황이 있었는지를 보여줘요. 실패란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들은 다 실패를 겪기 마련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실패에 관한 책, 어린이 책으로 나왔지만 어른들이 더 많이 봐야 할 책인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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