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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24절기 이야기

by 오른발왼발 2024.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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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과연 나는 몇 가지나 알고 있을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입춘, 경칩, 하지, 입추, 처서, 동지, 소한, 대한…….

언뜻 떠오르는 절기를 꼽아보지만,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책을 펼쳐 24절기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봅니다.

아하, 맞아, 맞아! 이런 절기가 있었지.’ 싶습니다.

다 들어는 봤지만, 일상생활에서 제 삶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쉽게 떠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생각이 났던 것들은 날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운 겨울이 계속되면서 빨리 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입춘과 경칩을 떠올리고,

뜨거운 한낮이 지겨워졌기 때문에 하지를 떠올리고,

빨리 가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입추와 처서를 떠올리고,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소한과 대한을 떠올렸던 것이죠.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비슷할 것 같습니다.

나랑 상관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고, 그러다가 완전히 잊히기도 하는 것이 우리 삶일 테니까요.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었던 시절, 농사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4절기는 누구에게나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직접 짓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24절기는 점점 잊히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가만 생각하면 우리 삶과 농사는 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농사에서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본 24절기에 관한 책은 아래 두 권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이여희, 김수연, 정수, 박연경 글그림/머스트비/2019년 초판)

한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지호진 글/이혁 그림/진선아이/2023년 초판)

 

두 권 모두 책의 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저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입니다. (참고로 저는 책의 크기가 특별해야 할 이유 없이 지나치게 큰 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가방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크기라면 더욱!)

 

 

먼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는 네 명의 작가가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을 맡아 계절별 절기를 쓰고 그렸습니다.

절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고려해 아이들의 삶 속에서 풀어가려 한 듯싶습니다.

 

- 개나리 맨션의 봄

- 우리들의 신나는 여름

- 양덕원의 가을

- 유주네 가족의 겨울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절기와 함께 그 시기에 먹을 것, 아이들이 노는 모습 등을 함께 보여줍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책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조금 어정쩡한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한 장면을 펼치면 가로로 4/5 정도는 해당 절기의 풍경으로 채우고, 나머지 1/5 가량을 정보로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뺀 4/5를 차지한 장면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처럼 스토리 구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절기쯤은 이렇지 않을까 하고 도식적인 느낌으로 장면을 채우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정보에서 수련을 그려놓고 연꽃이라고 하는 식으로 잘못 전달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반면 한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은 정보로 꽉 차 있습니다.

절기의 한자 의미부터 풍속, 속담, 음식, 관련 상식 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낯설지만 그래서 흥미로운 정보들도 많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절기와 비슷한 다른 나라 관련 정보도 나옵니다.

우리 절기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벅찬 느낌이라 느닷없이 등장한 다른 나라의 정보가 방해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소소한 작은 정보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오히려 흥미로울 수도 있을 듯 싶습니다.

 

 

다만 이 책 역시 정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입하에서 보리가 출렁이는 초여름이라 하여 추수할 때라는 설명이 등장하는데,

이어서 소만에서는 보릿고개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고,

또 이어서 망종에는 보리 베고 모 심는 날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절기나 농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혼란스러움을 줄 우려가 있어 보였습니다.

혼란스러운 것은 또 있었습니다.

대설은 절기 중에 가장 해가 일찍 지는 날이고,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가장 해가 일찍 지는 날밤이 가장 긴 날이 다를 수 있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어떤 정보는 정확한 출처를 밝혔지만, 또 어떤 정보에서는 옛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 점이 아쉽습니다.

 

절기에 관한 다른 책들을 보진 못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해 보니 위의 두 권이 다른 책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듯 싶습니다.

앞으로는 절기를 좀더 쉽고 친근하게, 그리고 알차고 정확한 정보를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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