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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안 돼! 라고 하면 안 돼?

by 오른발왼발 2026.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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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라고 하면 안 돼?

엘레나 레비 글/세르주 블로크 그림/나무말미

 

 

만약 무슨 일인가를 하려고 할 때, 누군가 안 돼!”라고 말한다면……,

무척 기분이 나쁠 거예요.

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죠.

자신이 하려는 행동을 막으려는 것이니까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기는 느낌도 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말이에요.

 

이 책은 바로 안 돼라는 말에 대한 책이에요. ‘안 돼라는 말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죠.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는 동안 늘 함께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그래’와 ‘안 돼’예요.

‘그래’라고 할 때는 대부분 기뻐요.

하지만 ‘안 돼’라고 할 때는 아주 짜증나거나 서운하죠.

‘안 돼’는 어린아이들이 맨 먼저 듣고 배우는 말 가운데 하나예요.

‘안 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왜 생겨난 걸까요?

 

 

책은 이렇게 시작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안 돼에 대해 탐구를 시작해요.

 

그런데 그 시작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어요.

안 돼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태어났다면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중국에서는 용의 모습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악어의 모습으로,

남아메리카에서는 개미핥기의 모습으로,

인도에서는 팔이 열 개나 있는 뱀의 모습으로,

유럽에서는 노란 눈과 거대한 날개를 가진 부엉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요.

 

 

용과 악어, 개미핥기, 팔이 열 개나 있는 뱀, 부엉이는 오래전 각 지역에서 신성한 권력을 갖고 있던 존재의 상징이었어요. 이들은 선과 악,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길을 구분해주는 존재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반드시 권력을 지닌 쪽만 안 돼를 외치는 건 아니에요.

프랑스 대혁명 때 파리 시민들은 루이 16세를 향해 안 돼!”라고 외쳤고,

미국의 흑인 노동자 로자 파크스는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에 안 돼!”라고 외쳤죠.

 

안 돼가운데는 정의로운 안 돼도 있대요.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전쟁은 안 돼!”

“노예 제도는 안 돼!”

“환경 오염은 안 돼!”

 

이 밖에도 작가는 다양한 종류의 안 돼에 대해 말해요.

자유는 안 돼!’는 부당한 안 돼,

평등은 안 돼!’는 불공평한 안 돼라고요.

 

언뜻 안 돼!’하면 부정적인 것이 우선 떠올랐는데, ‘안 돼라는 말에는 참 여러 의미가 포함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쩐지 세상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하지만 여기에서 그친다면 정말 인상적인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 책의 진짜 장점은 이제부터 시작되죠.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어른들이 말하는 안 돼에 대해 나오니까요.

 

우선, 어른들이 안 돼라고 할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말하죠.

어른들이 무조건 아이들에게 안 돼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창밖으로 몸을 내밀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안 돼라고 말하고,

함부로 돌을 던지면 누군가 맞아서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잖아요.

이런 안 돼는 어른들이 잘 설명해 주기만 한다면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죠.

 

문제는 어른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이지요.(사실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작가는 이럴 경우, 어른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해요.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답을 찾을 수 있다고요.

 

하지만……

하지만……

다들 아시잖아요?

아무리 묻고 이야기해도 전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걸요.

아니, 아예 묻고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때도 많지요.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에서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진 않아요.

하긴 제 생각에도 그 과정을 다 보여주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온갖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책의 마지막 쪽에서 작가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줘요.

 

안 돼!’라고 쓴 빨간 깃발을 든 아이의 모습과 함께 아래와 같이 써 있어요.

 

 

스스로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 정당하게 ‘안 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어른들도 이해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스스로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이라니!

정말 의미심장한 말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는 아무리 묻고 이야기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어른(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여요.

시민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루이 16세에게 안 돼!”를 외쳤고,

로자 파크스가 말이 통하지 않는 백인들에게 안 돼!”를 외쳤던 것처럼 말이에요.

 

여기까지 오자, 부정적인 말로 느껴졌던 안 돼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긍정의 말로 느껴져요.

 

안 돼라는 말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니!

, 이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안 돼를 외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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