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돼!라고 하면 안 돼?
엘레나 레비 글/세르주 블로크 그림/나무말미
만약 무슨 일인가를 하려고 할 때, 누군가 “안 돼!”라고 말한다면……,
무척 기분이 나쁠 거예요.
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죠.
자신이 하려는 행동을 막으려는 것이니까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기는 느낌도 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말이에요.
이 책은 바로 ‘안 돼’라는 말에 대한 책이에요. ‘안 돼’라는 말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죠.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는 동안 늘 함께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그래’와 ‘안 돼’예요.
‘그래’라고 할 때는 대부분 기뻐요.
하지만 ‘안 돼’라고 할 때는 아주 짜증나거나 서운하죠.
‘안 돼’는 어린아이들이 맨 먼저 듣고 배우는 말 가운데 하나예요.
‘안 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왜 생겨난 걸까요?

책은 이렇게 시작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안 돼’에 대해 탐구를 시작해요.
그런데 그 시작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어요.
‘안 돼’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태어났다면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중국에서는 용의 모습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악어의 모습으로,
남아메리카에서는 개미핥기의 모습으로,
인도에서는 팔이 열 개나 있는 뱀의 모습으로,
유럽에서는 노란 눈과 거대한 날개를 가진 부엉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요.

용과 악어, 개미핥기, 팔이 열 개나 있는 뱀, 부엉이는 오래전 각 지역에서 신성한 권력을 갖고 있던 존재의 상징이었어요. 이들은 선과 악,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길을 구분해주는 존재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반드시 권력을 지닌 쪽만 ‘안 돼’를 외치는 건 아니에요.
프랑스 대혁명 때 파리 시민들은 루이 16세를 향해 “안 돼!”라고 외쳤고,
미국의 흑인 노동자 로자 파크스는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에 “안 돼!”라고 외쳤죠.
‘안 돼’ 가운데는 정의로운 ‘안 돼’도 있대요.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전쟁은 안 돼!”
“노예 제도는 안 돼!”
“환경 오염은 안 돼!”
이 밖에도 작가는 다양한 종류의 ‘안 돼’에 대해 말해요.
‘자유는 안 돼!’는 부당한 ‘안 돼’고,
‘평등은 안 돼!’는 불공평한 ‘안 돼’라고요.
언뜻 ‘안 돼!’하면 부정적인 것이 우선 떠올랐는데, ‘안 돼’라는 말에는 참 여러 의미가 포함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쩐지 세상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하지만 여기에서 그친다면 정말 인상적인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 책의 진짜 장점은 이제부터 시작되죠.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어른들이 말하는 ‘안 돼’에 대해 나오니까요.
우선, 어른들이 ‘안 돼’라고 할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말하죠.
어른들이 무조건 아이들에게 ‘안 돼’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창밖으로 몸을 내밀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안 돼’라고 말하고,
함부로 돌을 던지면 누군가 맞아서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잖아요.
이런 ‘안 돼’는 어른들이 잘 설명해 주기만 한다면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죠.
문제는 어른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이지요.(사실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작가는 이럴 경우, 어른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해요.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답을 찾을 수 있다고요.
하지만……
하지만……
다들 아시잖아요?
아무리 묻고 이야기해도 전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걸요.
아니, 아예 묻고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때도 많지요.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에서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진 않아요.
하긴 제 생각에도 그 과정을 다 보여주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온갖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책의 마지막 쪽에서 작가는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줘요.
‘안 돼!’라고 쓴 빨간 깃발을 든 아이의 모습과 함께 아래와 같이 써 있어요.

스스로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 정당하게 ‘안 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어른들도 이해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스스로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이라니!
정말 의미심장한 말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는 아무리 묻고 이야기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어른(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여요.
시민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루이 16세에게 “안 돼!”를 외쳤고,
로자 파크스가 말이 통하지 않는 백인들에게 “안 돼!”를 외쳤던 것처럼 말이에요.
여기까지 오자, 부정적인 말로 느껴졌던 ‘안 돼’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긍정의 말로 느껴져요.
‘안 돼’라는 말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니!
자, 이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안 돼’를 외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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