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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12

해를 삼킨 아이들 이 땅에 살았던 모든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해를 삼킨 아이들》(김기정 글/김환영 그림/창비) 내가 뽑은 2004년 최고의 책이라……. 며칠을 두고 생각해도 2004년 최고의 책을 뽑기가 쉽지 않다. 첫째 이유는 지난 한 해 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내느라 책을 여유 있게 읽지 못한 탓일 것이다. 리뷰 분야에 제한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린이·청소년 책을 빼고 읽은 책이 별로 없다. 내내 고민하던 책들이 어린이·청소년 책이니 이 가운데 2004년 최고의 책을 뽑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뽑으려 하니 역시 쉽지가 않다. 후보감은 여러 편이 떠오르지만 그 가운데 최고의 책을 뽑으려니 이런저런 점들이 걸리곤 했다. 이미 리뷰가 나간 책도 있고, 작품에 아쉬움이 있기도 했다. 또한 아쉬움은 많지만 그래도 장점을 .. 2021. 4. 29.
내 생각은 누가 해줘? 가족의 의미 《내 생각은 누가 해줘?》(임사라 글/양정아 그림/비룡소/2006년) 이혼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비록 ‘네 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한다는 통계가 발표된 뒤 이 통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혼이 그만큼 아주 흔한 일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란 사회의 흐름보다는 늘 몇 박자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요즘에는 재혼 전문 결혼 회사라는 게 생길 만큼 예전처럼 이혼이나 재혼을 감추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다. 대부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지만 실제로는 무슨 일만 생기면 문제로 대두되곤 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는 결혼의 실패를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패라고 여기는 혈연 중심의 사.. 2021. 4. 11.
얘들아, 학교 가자 학교에서 만나는 세상 《얘들아, 학교 가자》 (안 부앵 지음/상드린·알랭 모레노 사진/오렐리아 프롱티 그림/푸른숲/2006년/절판) “엄마, 학교 안 다니고 그냥 내가 배우고 싶은 것만 학원에 가서 배우면 안 될까?” 지난 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불쑥 이렇게 물어왔다.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불안하기는 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왜? 학교 다니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고 학교에 가면 내가 정말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배워야 하잖아. " 내가 생각했던 만큼 심각한 고민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편으론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역시 학교는 학교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 지금, 학교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학교라는 틀이 .. 2021. 4. 7.
만국기 소년 씁쓸한 현실, 희망의 빛 《만국기 소년》(유은실 글/정성화 그림/창비/2007년) 이 책은 유은실의 첫 번째 단편 모음집이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 책이 나오길 꽤나 기다렸다. 2004년 등단했으니 이제 3년 정도 밖에 안 된, 아직 신인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작가의 이력이다. 하지만 이미 『나의 린드그린 선생님』(창비)과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바람의아이들)를 통해 작가 유은실은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터이다. 게다가 이번 단편 모음집에는 이미 2004년 『창비 어린이』 겨울호에서 발표했던 「내 이름은 백석」과 2005년 『내일을 여는 작가』 봄호에서 발표했던 「만국기 소년」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전에 이미 이 두 작품을 읽었고, 그때마다 짠한 감동을 느껴본 경험이 있기에, 이 두 작품이 포.. 2021. 3. 29.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해마가 산다 입양 가족의 갈등과 해소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김려령 글/노석미 그림/문학동네어린이/2007년) 2007년 한 해 어린이문학계에서 눈여겨 볼만 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작가 김려령을 등장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마해송문학상을,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완득이』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차지했다. 김려령은 이렇게 한 해에 세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이름을 알렸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이미 아흔한 살이었던 증조할머니에게 항상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이십 년 뒤 자신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소개글이 인상 깊게 남는다. 엘리너 파전이 먼지 가득한 작은 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듯이 김려령은 증조할머니.. 2021. 3. 22.
인간이란 무엇인가? 재미있게 읽는 알짜배기 철학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세실 로블랭, 장 로블랭 글/웅진주니어/2007년) 인간이란 무엇인가?’ 꽤나 딱딱한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딱딱한 질문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 인간에 대해 던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많은 철학책에서 같은 질문을 발견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다만 딱딱한 제목만큼이나 그 내용 또한 딱딱한 게 이런 책들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인간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임에도 이런 질문이 담긴 책들은 일단 제쳐놓기 일쑤다. 가끔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해 보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꽤나 재미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재미있.. 2021. 3. 22.
일주일 짝꿍 3-165 '일주일 짝꿍'말고 '진짜 짝꿍'   《일주일 짝꿍 3-165》(김나연 글/오정택 그림/웅진주니어/2008년)   어린이 책에서 친구는 영원한 화두다. 친구란 그만큼 어린이들의 삶에서 중요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친구를 주제로 한 책은 자칫 식상해지기 쉽다.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친구 때문에 고민을 하기 마련이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고만고만한 고민과 사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통속적으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어!’ 정도의 감정이입은 되지만 더 이상 나가지는 못한다.  이 책도 친구에 대한 내용이다. 친구를 얻고 싶어 하는 건 장난감 대여점의 장난감들이다. 장난감 대여점의 장난감 신세는 뻔하다. 누군가 대여해 가면 일주일간 그 아이와.. 2020. 8. 19.
꽃신 세상에 나간 아이들 《꽃신》(김소연 글/김동성 그림/파랑새/2008년)   흔히 옛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길을 떠나는 것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들은 세상에 나가기 전에 특별히 뭔가 결심을 하고, 준비하지는 않는다. 마치 길을 떠날 때가 됐기 때문인 듯 때가 되면 길을 나설 뿐이다. 그 길에는 수많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고, 그들은 그 속에서 성장한다.이 책의 주인공들도 길을 떠난다. 하지만 옛이야기 주인공들이 길을 떠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난다. 떠나기 전까지 그들의 가슴엔 많은 갈등과 번민이 오고간다. 그래서 그들이 떠나는 모습은 처연해 보이기까지 한다.이 책에는 「꽃신」,「방물고리」,「다홍치마」, 이렇게 세 편의 작품이 실려.. 2020. 7. 19.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중세 아이들의 일상사 엿보기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로라 에이미 슐리츠 글/로버트 버드 그림/시공주니어/2009년) 나는 중세 유럽의 장원제도에 대해서 별반 아는 게 없다. 물론 별 관심도 없다. 유럽의 중세란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것에 불과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 책은 어찌 보면 낯설기 그지없다. 중세 유럽의 장원이라는 내용도 그렇지만 그 내용을 풀어나가는 형식도 그렇다. 연극 공연을 위한 희곡,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형식이다. 그것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대사와 지문으로 이루어진 희곡이 아니다. 이 책은 19편의 독백극과 2편의 대화극으로 이루어져있다. 한 사람이 나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백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는 독백극과 두 사람의 대화.. 2020. 5. 18.
가오리가 된 민희 신선하거나 상투적이거나《가오리가 된 민희》(이민혜 글/유승재 그림/문학동네/2009년)     어? 시작이 심상치 않다. 뭔가 아주 단호하면서도 상대방을 자기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문체도 그렇지만, 이야기 시작부터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독자가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하는 구성 또한 압권이다. 첫 문장을 읽으면 그대로 끝까지 읽어보고 싶어진다.‘내 이름은 김, 민, 희. 그것에 의문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물론 가끔은, 정말 아주 가끔은 의심해 볼 기회가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 소공자나 소공녀까지는 아니라도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의심할 수 있는 자기의 뿌리에 대한 의심이다. 민희를 힘.. 2020. 5. 1.
나는 뻐꾸기다 뻐꾸기 아이, 기러기 아빠《나는 뻐꾸기다》(김혜연 글/장연주 그림/비룡소/2009년)   뻐꾸기.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맡아 기르게 하는 새다.열한 살 동재는 뻐꾸기다. 여섯 살 때 엄마가 외삼촌 집에 맡기고 가서 오 년째 소식이 없다. 아빠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이삿짐 차만 보면 혹시나 자신만 남겨두고 이사라도 가지 않을까 불안해진다. 처음엔 자신이 뻐꾸기라는 생각을 못 했지만 동재의 사정을 들은 앞집 아저씨가 ‘뻐꾸기구로구나’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자신을 뻐꾸기라 여기게 됐다. 뻐꾸기 새끼는 자라서 독립할 때까지 남의 집 신세를 면치 못하니까 말이다.기러기.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새다.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부가 헤어져 살면서 한쪽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상황.. 2020. 4. 1.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 같은 처지, 하지만 다른 경우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 (김소연 글/손명숙 그림/사계절/2009년) 언제부턴가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에 빠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린이책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그만큼 이혼이 아이들의 현실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아이들 앞에 던져진 부모의 이혼이란 현실은 가족의 해체라는 점에서는 같아 보여도, 아이들마다 처해있던 경우의 수는 다 다르다. 선영이와 인철이도 그렇다. 두 아이 모두 부모가 이혼을 했다. 물론 이 문제가 자신한테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고민을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부모가 이혼했다는 걸 알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부모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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