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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23

손 없는 색시 여성이 여성을 구원하리라 - 옛이야기 '손 없는 색시'가 말하는 것 - 는 계모가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아주 특이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나 처럼 딸을 음해해 죽이어거나 전처의 딸을 구박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이처럼 손을 잘라내고 내쫓는 경우는 유일하다. 도대체 새어머니는 왜 전처 딸의 손목을 잘랐을까? 《한국구전설화》(평민사)에 실린 두 편의 이야기에서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사연이 없다. 하지만 《한국구비문학대계》의 를 보면 딸이 5살 때 재혼을 했고, 사건이 일어나는 건 15살 때라고 나온다. 나 에서도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과년한 처녀’ 혹은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비슷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제주도 채록본 과 에서도 17세쯤이라 했다. 《한국구전설화》에서는 나이대.. 2022. 12. 2.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노인경 글, 그림/문학동네/2022. 2. 23. 초판 임금님 귀가 변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임금 자리에 오른 뒤 귀가 당나귀처럼 커진 왕은 커진 귀를 감추기 위해 복두쟁이를 불러 귀를 감출 커다란 왕관을 만들어 쓴다. 그리고 복두쟁이에게는 자신의 귀에 대해 절대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다짐을 받는다.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던 복두쟁이는 그만 병이 난다. 그리고 죽기 전 대나무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외친다. 그 뒤부터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대나무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고, 결국 모든 사람이 그 비밀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전하는 이 이야기는 신라 48.. 2022. 11. 15.
차복이 - 복을 빌려 살다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 - ‘차복이’, ‘복을 빌린 사람’ 이야기 - 1.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복1)이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 하는 것부터가 그 사람의 타고난 복이다. 신체적인 조건, 외모, 두뇌 역시 타고나는 것이니 이 역시 타고난 복이다. 이렇게 보자면 우리가 누리는 복의 70% 이상은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적게 잡아서 말이다. 그렇다면 주어진 복을 바꿀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복이 많은 사람은 마음껏 그 복을 누리고, 복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복을 누리지 못한 채 지내야만 하는 걸까?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이런 말에는 타고난 .. 2022. 11. 2.
'잊음이 심한 사람' 혹은 '정신없는 사람' 이야기 눈앞의 것에만 정신이 팔리면…… ‘잊음이 심한 사람’, ‘정신없는 사람’ 이야기 1. 웃음과 공감, 그리고 위안이 있는 이야기 ‘잊음이 심한 사람’ 혹은 ‘정신없는 사람’으로 알려진 옛이야기다. 얼마나 정신이 없냐 하면 걸어갈 때 담뱃대를 쥔 손이 뒤쪽으로 갈 때마다 “내 담뱃대 어디 갔나?”를 반복하며 길을 갈 정도다 주인공의 정신없음을 과장해 보여주는 방식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저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 가만 생각하면 누구나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뭔가를 잊고 정신없는 사람 마냥 굴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자신의 잊음이 아무리 심해도 이야기 속 주인공과는 선을 긋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은 이야기 속 주인공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이 이.. 2022. 10. 15.
염라대왕을 잡아라 염라대왕을 잡아라정하섭 글/한병호 그림/창비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는 귀신이다. 그리고 귀신이 등장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은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이다. 이 책에는 귀신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이 등장한다. 염라대왕을 잡으러 갔던 강임이가 어떻게 해서 저승사자가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이 책에는 사람이 죽으면 가게 된다는 저승 세계 외에도 하늘 나라에 살다 죄를 지어 쫓겨나 이 세상에서 살다갔다는 궁상이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하늘나라 사람이라지만  이 세상에서 사는 모습은 궁상맞기도 하다. 어쩐지 우리가 사는 이승이나 저승, 그리고 하늘나라가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초등 1-2학년) 2021. 6. 15.
마법의 옛이야기 마법의 옛이야기벌리 도허티 글/아이즐/절판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미녀와 야수, 룸펠슈틸츠킨, 라푼첼, 백설공주, 알라딘과 마법 램프, 빨간 모자, 불새, 핸젤과 그레텔, 개구리 왕자, 백조왕자. 이 책에 실린 옛이야기다.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여길만한, 아주 유명한 이야기들이지만 아주 색다른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신데렐라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리구두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형제 판본을 텍스트로 삼고 있다. 카네기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벌리 도허티의 글이 빛난다. 그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그림책에 버금가는 매혹적인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제인 레이 특유의, 획일적인 백인의 모습에서 벗어난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매력이 넘친다. (초.. 2021. 6. 14.
새끼 서 발 모든 것은 새끼줄에서 시작되었다! ‘새끼 서 발’은 나에게 특별하다. 옛이야기가 가진 의미를 이런저런 의미로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다.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을 싸는 게으른 아이가 엄마가 야단을 치자 새끼를 꼬게 볏단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꼰 새끼는 서 발뿐이었고, 엄마는 아이를 내쫓는다. 그리고 새끼 서 발을 가지고 길을 가던 아이는 교환을 통해 색시와 재물을 얻는다. 그런데 궁금했다. 총각은 왜 새끼를 꼬겠다고 했을까? 1. 가난한 집. 게으른 아들 총각은 늙은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가난한 집안의 게으른 아들이다.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 사람의 몫을 해주길 바라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들은 어머니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을.. 2021. 3. 31.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꼬랭이 말놀이 옛이야기에서 건져올린 말놀이 이야기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오호선 글/남주현 그림/길벗어린이(천둥거인)/2006년) 이 책은 말놀이 책이다. 그런데 여느 말놀이 책과는 다르다. 옛날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말놀이다. 옛날이야기 그대로는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옛날이야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는 작가의 창작이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씨실과 날실 삼아 엮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창작과는 확실한 차별이 있다. 문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옛날이야기나 동화처럼 산문투가 아니다. 동시같다고나 할까? 동시라고 단정 짓기엔 산문투의 문장이 걸리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는 틀림없다. 덕분에 이야기는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다. ‘옛날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꾸며서, 이런 말투로 들려줄 수도 있겠구나’하는 하나.. 2021. 3. 25.
여자들이 납치되고 있다! - 땅속 나라 도둑 괴물 여자들이 납치되고 있다! - '신랑과 괴적' 혹은 '지하도적 퇴치' 이야기 1. ‘땅속 나라 도둑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평민사)나 속 제목은 ‘신랑과 괴적’ ‘지하도적 퇴치’ 등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군수 부인 잡아가는 괴물’ 이야기 정도가 더해진다. 사건의 시작은 여자가 괴물에게 납치되어 가면서다. 여자들이 괴물에게 납치되는 이야기는 우리 옛이야기에서는 흔치 않은 소재다.(내가 아는 이야기 가운데는 여자를 납치하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거의 유일하다.) 괴물은 평범한 여자를 납치하기도 하지만 양반집 부인, 공주도 납치한다. 그런데 에 수록된 이야기의 대부분은 평북 지역에서 채록됐다. 왜 하필 평북에만? 이야기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된다. 물론 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이야기.. 2021. 3. 3.
주먹만한 아이, 주먹이 1. 주먹이의 탄생 아이가 없는 부부가 아이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드디어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난다(혹은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아주 작다. 태어나기만 작게 태어난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서 아이를 낳은 부모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여려 보인다. 아니, 실재로 갓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여리다. 하지만 주먹만 하다는 건 보통의 아이보다도 더 작다는 의미다. 그런데 진짜로 주먹만 했을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별로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흔히 작고 귀여운 사람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부모의 눈에 주먹이가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럽게.. 2021. 1. 14.
꼭 가요 꼬끼오 옛이야기를 오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꼭 가요 꼬끼오》 (서정오 글/오윤화 그림/문학동네/2007년) 요 근래, 창작에서 옛이야기를 발견해내는 일이 잦아졌다.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작품들도 있고, 옛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우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옛이야기가 그저 ‘옛날’이라는 시간 속에 갇혀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생각나는 작품은 2001년에 나왔던 『수일이와 수일이』(우리교육)다. 아이는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자기랑 똑같은 모습을 한 가짜 수일이를 만들어낸다. 쥐가 손톱을 먹으면 그 손톱 주인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옛이야기 그대로의 방법으로 말이다. 2005년에 나온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바람의아이들)도 생각난다. 가사.. 2021. 1. 2.
복 타러 간 사람 복은 어디에 있을까? - 복 타러 간 총각, 복 타러 간 사람 - 1. 지지리도 복이 없는 총각이 무작정 길을 떠난다. 가는 곳은 서천서역국 혹은 하늘나라, 저승, 바다 속 등 다양하다. 그 어느 곳도 산 사람은 가기 힘든 곳이다. 이 모두가 이승을 벗어나 죽음의 경계인 저승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총각이 이 길을 가는 이유는 하나다. 누가 봐도 지지리 복도 없다고 혀를 찰 만큼 고단한 삶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팍팍한 삶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 이런 처지라면 살아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신세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기 분에 못 이겨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화만 내며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까지 생각할 만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 총각은..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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