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옛날이야기 책74 신데렐라 이야기, 유무죄 따져 보기 신데렐라 이야기, 유무죄 따져 보기 1.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이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유치원 갈 나이쯤 될 때까지 이 유명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찾아봐도 아마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신데렐라 노래에 맞춰 게임도 한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 샤바 아이 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 샤바 아이 샤바 19OO년" 이런 식의 노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또, 영리하게도 신데렐라가 '재투성이'라는 뜻이라는 것까지도 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에 대해서 다 알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데렐라 이야기가 워낙 극적이어서 그럴까?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 2021. 5. 26. 권정생 선생님의 옛이야기 그림책을 보면서 권정생 선생님의 옛이야기 그림책을 보면서 1. 나는 요즘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옛이야기에 관심이 아주 많다. 사실 권정생 선생님의 옛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먼저 나온 건 1991년에 나온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 6-10》(사계절)다. 하지만 이 책은 이현주 선생님과 함께 엮은 책으로, 어느 이야기를 어느 분이 썼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니 권정생 선생님의 옛이야기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1993년 나온 옛이야기 그림책 《훨훨 날아간다》(국민서관)와 《눈이 되고 발이 되고》(국민서관)부터다. 이후 이 두 권은 《훨훨 간다》(국민서관, 2003년)와 《길 아저씨 손 아저씨》(국민서관, 2006)로 새롭게 나왔다. 그리고 권정생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뒤에야 세상에 나온 《꼬부랑 할.. 2021. 5. 16. 내 복에 산다 내 복은 어디서 오나?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과연 누구 복에 살까? 이야기 속 셋째 딸은 “너는 누구 복에 사느냐?”는 아버지 물음에 당당하게 답한다. “나는 내 복에 먹고 살아요.” 지금껏 자신이 먹여주고 키워줬으니 당연히 자신의 덕이라 생각했던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자리에서 셋째 딸을 내쫓는다. 이야기에서 셋째 딸은 결국엔 부자가 된다. 반면 아버지는 눈먼 거지가 되고 만다. 결국 복이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셋째 딸이었다. 그리고 ‘내 덕에 먹고 산다’는 셋째 딸의 말은 맞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셋째 딸처럼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 준비 없이, 아무것도 없이 내쫓기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일어서기 힘들다. 옛날 사람들도 이런 현실쯤은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2021. 5. 2. <불가사리>, <꿀꿀돼지> 삐딱하게 다시 본 옛이야기 그림책 두 권 《불가사리》(김중철 글/이형진 그림/웅진주니어) 《꿀꿀돼지》(김중철 글/최민오 그림/웅진주니어) 들어가는 말 삼 사년전부터 옛이야기 책이 많이 나온다 싶더니, 바로 그 뒤를 이어서 옛이야기 그림책 출판이 늘어나고 있다. 옛이야기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다.옛이야기 그림책의 질도 예전에 '전래 동화 그림책'이란 이름으로 나오던 것들과 견줄어 볼 때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시기가 만 5-6세 정도이라는 점과, 옛이야기의 구성 요소가 그림책의 구성 요소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땐 우리 옛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오는 일은 더욱 환영할 일이다. 요즘 나오고 있는 옛이야기 그림.. 2021. 4. 29. 반쪽이 반쪽이처럼 살기 황만근처럼 살기 1. 어깨 근육이 또 뭉쳤나 보다. 뭉친 어깨 근육을 풀어본답시고 열심히 어깨를 움직여 보지만 너무 단단하게 뭉쳐버린 탓인지 쉽게 풀리질 않는다. 노력을 해보지만 어깨는 점점 무거워만 오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어떻게든지 빨리 뭉친 어깨를 풀어야 밀려있는 다른 일들을 할텐데……' 하는 생각뿐이다. 마음이 조급해지다보니 어깨는 점점 더 아파 온다. 그런데 갑자기 아라비안 나이트 가운데 하나인 '선원 신드바드의 항해 이야기'가 떠오른다. 신드바드가 난파해 한 섬으로 오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신드바드가 우물 건너편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는 한 노인을 떠메게 되는데, 노인이 내리지를 않고 두 다리로 목을 감아 바싹 죄는 바람에 옴짝달싹 못하고 짊어지고 다니는 이야기.. 2021. 4. 29. 새끼 서 발 모든 것은 새끼줄에서 시작되었다! ‘새끼 서 발’은 나에게 특별하다. 옛이야기가 가진 의미를 이런저런 의미로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하다.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을 싸는 게으른 아이가 엄마가 야단을 치자 새끼를 꼬게 볏단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꼰 새끼는 서 발뿐이었고, 엄마는 아이를 내쫓는다. 그리고 새끼 서 발을 가지고 길을 가던 아이는 교환을 통해 색시와 재물을 얻는다. 그런데 궁금했다. 총각은 왜 새끼를 꼬겠다고 했을까? 1. 가난한 집. 게으른 아들 총각은 늙은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가난한 집안의 게으른 아들이다.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 사람의 몫을 해주길 바라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들은 어머니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을.. 2021. 3. 31.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꼬랭이 말놀이 옛이야기에서 건져올린 말놀이 이야기 《호랭이 꼬랭이 말놀이》(오호선 글/남주현 그림/길벗어린이(천둥거인)/2006년) 이 책은 말놀이 책이다. 그런데 여느 말놀이 책과는 다르다. 옛날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말놀이다. 옛날이야기 그대로는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옛날이야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는 작가의 창작이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씨실과 날실 삼아 엮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창작과는 확실한 차별이 있다. 문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옛날이야기나 동화처럼 산문투가 아니다. 동시같다고나 할까? 동시라고 단정 짓기엔 산문투의 문장이 걸리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는 틀림없다. 덕분에 이야기는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다. ‘옛날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꾸며서, 이런 말투로 들려줄 수도 있겠구나’하는 하나.. 2021. 3. 25. 여자들이 납치되고 있다! - 땅속 나라 도둑 괴물 여자들이 납치되고 있다! - '신랑과 괴적' 혹은 '지하도적 퇴치' 이야기 1. ‘땅속 나라 도둑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평민사)나 속 제목은 ‘신랑과 괴적’ ‘지하도적 퇴치’ 등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군수 부인 잡아가는 괴물’ 이야기 정도가 더해진다. 사건의 시작은 여자가 괴물에게 납치되어 가면서다. 여자들이 괴물에게 납치되는 이야기는 우리 옛이야기에서는 흔치 않은 소재다.(내가 아는 이야기 가운데는 여자를 납치하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거의 유일하다.) 괴물은 평범한 여자를 납치하기도 하지만 양반집 부인, 공주도 납치한다. 그런데 에 수록된 이야기의 대부분은 평북 지역에서 채록됐다. 왜 하필 평북에만? 이야기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된다. 물론 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이야기.. 2021. 3. 3. 밥 안 먹는 색시 ‘밥 많이 먹는 색시’, ‘밥 안 먹는 색시’ 1. 색시가 밥을 많이 먹는 것이 불만인 찌질한 남자. 그 남자는 부인을 죽이거나 혹은 내쫓는다. 그리고 밥을 안 먹는 여자에게 새장가를 든다. 색시가 밥을 안 먹으니 부자가 될 거란 기대와는 달리 곳간은 텅 비어간다. 밥을 안 먹는 줄 알았던 색시는 알고 보니 뒤통수에 커다란 입이 있어 가마솥 가득 한 밥을 주먹밥으로 뭉쳐 꿀꺽꿀꺽 삼켜버리는 존재였다. 이야기는 통쾌하다. 찌질한 남자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인 것 같다. 밥 한 끼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억압받는 여자들에 대한 모습이 더해지면서 이런 마음은 더 커진다. 실재로 의 구연자는 대부분 여자다. 《한국구전설화 1-12》와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 찾은 38편의 이야기 가운데 여자가 구연한.. 2021. 1. 27. 주먹만한 아이, 주먹이 1. 주먹이의 탄생 아이가 없는 부부가 아이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드디어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난다(혹은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아주 작다. 태어나기만 작게 태어난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서 아이를 낳은 부모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여려 보인다. 아니, 실재로 갓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여리다. 하지만 주먹만 하다는 건 보통의 아이보다도 더 작다는 의미다. 그런데 진짜로 주먹만 했을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별로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흔히 작고 귀여운 사람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부모의 눈에 주먹이가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럽게.. 2021. 1. 14. 복 타러 간 사람 복은 어디에 있을까? - 복 타러 간 총각, 복 타러 간 사람 - 1. 지지리도 복이 없는 총각이 무작정 길을 떠난다. 가는 곳은 서천서역국 혹은 하늘나라, 저승, 바다 속 등 다양하다. 그 어느 곳도 산 사람은 가기 힘든 곳이다. 이 모두가 이승을 벗어나 죽음의 경계인 저승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총각이 이 길을 가는 이유는 하나다. 누가 봐도 지지리 복도 없다고 혀를 찰 만큼 고단한 삶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팍팍한 삶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 이런 처지라면 살아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신세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기 분에 못 이겨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화만 내며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까지 생각할 만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 총각은.. 2020. 11. 18. 팥죽할머니가 꿈꾸는 세상 1. 옛날 옛날 산신령이 여신이었던 때가 있었다. 모악산(母岳山), 대모산(大母山)은 여성이 산의 주인이었음을 짐작케하는 흔적이다.. 산은 신비롭고 신령스러운 공간이다. 높이 솟은 산은 하늘과 이어져 있어 하늘의 뜻을 받드는 곳으로 여겨졌다. 흔히 말하는 우주목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신라 사람들은 왕과 귀족의 무덤을 만들 때 산의 모양을 본 따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구지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은 하늘의 뜻이 내려오는 곳이기도 했다. 산은 수많은 생명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아기가 없는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 아기를 갖게 해 달라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산신령의 모습을 여신으로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거나 옆에 호랑이를 낀,.. 2020. 9. 26. 이전 1 2 3 4 5 6 7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