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어린이책 관련/우리창작75 사람을 만나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사람을 만나다》(김여운 글/전종문 그림/바람의아이들/2006년) 개가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주인을 잃고 이름도 없이 거리를 떠돌아다니던 개가 한 아줌마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예전의 이름이었던 ‘세나’ 대신 ‘초롱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표지에 참치 캔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개의 모습이 그려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떠돌이 개가 사람, 즉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개가 사람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철저하게 개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개가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 다른 개들의 모습, 또 주인공 개의 심리적인 갈등과 성장해나가는 모습까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세나’라는 이름에서 ‘초롱이’라는 이름으.. 2021. 4. 11. 전학 간 윤주 전학 온 윤주 세원이와 윤주의 우정 《전학간 윤주 전학온 윤주》(장주식 글/정문주 그림/문학동네어린이/2006년) “어? 어떻게 같은 아이가 전학도 가고 전학을 오기도 해?” 이제 3월이면 2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물었다. “왜 이름이 같은 아이도 많잖아. 윤주라는 아이가 전학을 가고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전학을 왔나 보지.” 책을 읽으려 꺼내놓고서 미처 읽지 못하고 있던 나는 제목만 보고 슬쩍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자 아이는 “이상하다. 정말 그런 건가?” 하며 슬그머니 책을 갖고 나가더니 꼼짝않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아, 이제 알았다. 윤주라는 아이가 전학을 왔는데 다시 전학을 갔어. 재밌다. 엄마도 읽어 봐.” 지금껏 그림책이 아닌 창작동화를 처음부터 혼자.. 2021. 4. 7.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 집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할머니 집에서》(이영득 글/김동수 그림/보림/2006년)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시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 글에서, 또 조금은 단순한 듯 그린 그림에서 매력이 넘쳐난다. 여기에 이 책이 초등 1-2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한번 보고 나서 또 한번 들쳐보니 웃음이 씨익 절로 나온다.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을 사다놓고 한동안 다른 책들에 밀려 보지 못하고 있었다. 60쪽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책이지만 이렇게 선뜻 읽지 못한 데는 까닭이 있다. 시골 할머니 집을 배경으로 한 많은 책들이 대개는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에 읽고 나서 기분이 개운치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음식의 소중함에 대해서, 혹은 농사의 소중함.. 2021. 3. 29. 플로라의 비밀 오진원이 오진원 책을 말하다 《플로라의 비밀》(오진원 글/박해남 그림/문학과지성사/2007년) 오진원. 이 책에 관심이 간 건 순전히 작가 이름 때문이었다. 내 이름이나 성이 결코 흔하지는 않았기에 지금까지 이렇게 성과 이름이 모두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그리 넓지만은 않다고 여겨지는 아동문학계에서 말이다. 자연 내가 모르는 척 하려고 해도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닌 작가 오진원은 2006년 『꼰꼴라베』로 대상창작기금을 받으며 등단했고, 2007년에는 바로 이 책으로 문예진흥기금을 수혜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덕분에 나는 “그 동안 동화 쓰셨어요?” “선생님이 이번에 문예진흥기금 수혜받은 오진원 맞지요?” 하는 질문을 꽤나 받았다. 그러니 관심을 안 갖을래야 안 갖을 수가.. 2021. 3. 29. 만국기 소년 씁쓸한 현실, 희망의 빛 《만국기 소년》(유은실 글/정성화 그림/창비/2007년) 이 책은 유은실의 첫 번째 단편 모음집이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 책이 나오길 꽤나 기다렸다. 2004년 등단했으니 이제 3년 정도 밖에 안 된, 아직 신인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작가의 이력이다. 하지만 이미 『나의 린드그린 선생님』(창비)과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바람의아이들)를 통해 작가 유은실은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터이다. 게다가 이번 단편 모음집에는 이미 2004년 『창비 어린이』 겨울호에서 발표했던 「내 이름은 백석」과 2005년 『내일을 여는 작가』 봄호에서 발표했던 「만국기 소년」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전에 이미 이 두 작품을 읽었고, 그때마다 짠한 감동을 느껴본 경험이 있기에, 이 두 작품이 포.. 2021. 3. 29.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이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이경화 글/바람의아이들/2007년)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려서 누구나 듣게 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아주 어렸을 때는 뭐가 되고 싶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또 꿈이라는 게 자주 바뀌기 마련이라 뭐가 딱히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확실한 게 하나 있었다. 선생님만은 절대 되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만 아니라면 내가 무엇이 되던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좀 예민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제 겨우 일곱 살 나이로 들어간 학교에서 선생님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어린 나이에도 부잣집 아이만 좋아하는 모습이 뻔히 들여다 보였다. 2학년이 되어서 만난 선생님은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아이들에게 주문하거나 엄마가 학교에 .. 2021. 3. 28. 안녕히 계세요 새출발을 위한 작별 인사 《안녕히 계세요》(남찬숙 글/황보순희 그림/우리교육/2007년) 이 책은 만남에서 시작해 헤어짐으로 끝난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는 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때때로 만남과 헤어짐은 한 사람의 일생을 뒤바꿔놓을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별다를 것 없어 보이던 만남이 특별한 만남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헤어짐이 더 큰 의미로 남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만남과 헤어짐은 사람을 한 뺨은 더 크게 만든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누군가와의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주인공 진영이의 아버지다. 아버지라고는 하지만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가출소년과 가출소녀가 만나 서로 외로운 마음에 사랑을.. 2021. 3. 28.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 소원을 들어주는 두꺼비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김리리 글/오정택 그림/문학동네어린이/2007년)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3학년 준영이가 화장실에서 두꺼비를 만난다! 변비랑 화장실은 잘 맞아떨어지지만, 두꺼비는 아니다. 두꺼비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동물이 아닌가. 그런데 뜬금없이 두꺼비가 화장실에 나타나다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뭔가 사연이 있을 법도 싶다. 준영이가 두꺼비를 만난 건 변비 때문이었다. 변기에 이십 분 동안이나 끙끙거리며 앉아있다 지쳐서 화장실 구석구석을 살피며 숨은그림찾기도 하고, 타일 숫자 세기도 하던 때다. 어디선가 “꾸루룩” 하며 이상한 소리가 났고, 한 번 들은 소리은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준영이는 “꾸루룩꾸루룩” 소리를 냈다. 그러자 수챗구멍에서 시커먼 .. 2021. 3. 25. 할아버지의 뒤주 뒤주가 타임머신이 될 수 있었던 까닭 《할아버지의 뒤주》(이준호 글/백남원 그림/사계절/2007년) 이 책은 묘한 재미가 있다. 그 재미는 책을 읽기 전 상상했던 것과 어긋나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면 기대 심리가 맞아떨어져서 재미가 있을 때도 있지만, 이 책처럼 기대 심리가 어긋나는 데서 오는 경우도 있다. 기대했던 게 어긋나며 신선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이나 등장인물, 그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들만 본다면 뻔한 이야기의 전형처럼 여겨진다.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가 당뇨병 때문에 혼자 살기 힘들어서 올라오면서 뒤주 하나를 애지중지하면서 가져온다거나,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끌려간 형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등은 그 자체에서.. 2021. 3. 22. 밴드마녀와 빵공주 외줄 위의 아이들《밴드마녀와 빵공주 》(김녹두 글/이지선 그림/한겨레아이들/2007년) 작은 상처에 울음을 터트린 아이들에게 최고의 특효약은 일회용 반창고, 즉 밴드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밴드의 위력은 대단하다. 밴드만 붙이면 바로 아프지 않게 되고, 아이는 울음을 그친다. 밴드를 붙인다고 상처가 바로 낫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에게 밴드가 특효약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눈으로 상처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밴드는 비록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마음의 위안을 준다. 게다가 밴드는 상처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밴드에 환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알록달록 예쁜 무늬가 있는 밴드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커가면서 밴드의 매력에 빠지는 .. 2021. 3. 22. 박뛰엄이 노는 법 얘들아, 실컷 뛰어 놀으렴 《박뛰엄이 노는 법》(김기정 글/허구 그림/계수나무/2008년) 아이들은 자고로 뛰어 놀아야 한다. 뛰어놀지 못하면 좀이 쑤셔서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뛰어놀지 못한다고 반드시 못 노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고 그 상황에 맞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즐긴다.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 때론 혼자서 놀기도 하지만 여러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다 보면 몸도 튼튼해지고, 무엇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이렇게 배운 것들은 머리로만 배우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 하지만 아무나 이렇게 놀 수 있는 건 아니다. 놀아본 아이들이나 놀 수 있다. 친구나 형제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적고, 놀 때도 장난감이나 컴퓨터 같은 도구를 가지고만 논 아이들은 이런 놀이의 재미를 모른다.. 2021. 3. 16. 꼭 가요 꼬끼오 옛이야기를 오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꼭 가요 꼬끼오》 (서정오 글/오윤화 그림/문학동네/2007년) 요 근래, 창작에서 옛이야기를 발견해내는 일이 잦아졌다.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작품들도 있고, 옛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우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옛이야기가 그저 ‘옛날’이라는 시간 속에 갇혀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생각나는 작품은 2001년에 나왔던 『수일이와 수일이』(우리교육)다. 아이는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자기랑 똑같은 모습을 한 가짜 수일이를 만들어낸다. 쥐가 손톱을 먹으면 그 손톱 주인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옛이야기 그대로의 방법으로 말이다. 2005년에 나온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바람의아이들)도 생각난다. 가사.. 2021. 1. 2. 이전 1 2 3 4 5 6 7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