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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224

[2011년 5월] 해일 지진, 그리고 해일『해일』(펄벅 글/류충렬 그림/내인생의책)   제가 어렸을 때 본 만화에는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라지는 장면이 나오곤 했어요. 하지만 그 정도의 지진을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요. 우리나라에는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저는 땅이 쩍쩍 갈라지는 무서운 지진은 만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봤던 만화는 대부분 일본 것이었어요. 만화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건 일본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임을 나중에야 알게 됐지요. 얼마 전 일본에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어요. 지금껏 발생한 전 세계 지진 가운데 그 크기가 5위나 된다는 엄청난 지진이었지요. 만화에서처럼 땅이 갈라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는 .. 2021. 6. 21.
[2011년 4월] 검은 바다 검은 바다 속에 갇힌 사람들 “우리 역사 속에서 북한이랑 일본 중에 누가 더 나쁜 것 같아?”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초등학생 때였던가, 아님 중학생 때였는지도 몰라요.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던 건 순전히 선생님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딱 꼬집어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시곤 했거든요. 이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북한이랑 일본 가운데 누가 더 나쁜지 자기 의견을 세워 가며 이야기를 나눴지요. 저는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누가 더 나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한참 고민한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일본이 더 나쁘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북한이 더 나쁘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어요. 제가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1970년대에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한창 높을 때였거든요. 그에 비해 일.. 2021. 6. 20.
[2011년 3월] 바람처럼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만나다『바람처럼 달렸다』(김남중 글/김중석 그림/창비)   제가 지금껏 배우지 못한 것, 그래서 꼭 한번 배워 보고 싶은 것, 하지만 상상만 해도 무서운 것이 있어요. 바로 ‘자전거 타기’예요. 물론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초등학생 때에도,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시도해 봤지요. 하지만 결과는 늘 실패였어요.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굴욕을 당하기도 했어요. 어느 더운 여름날, 두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를 낑낑대며 자전거를 끌고 간 적이 있었지요. 동생 때문이었어요. 동생이 저한테 자전거 가게에서 자전거를 찾아다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가긴 갔는데, 자전거를 못 타니 집까지 가지고 올 방법이 없는 거예요. 결국 저는 자전거를 끌.. 2021. 6. 19.
책을 읽은 효과를 확인하고 싶으시다고요?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5동아일보 2007. 9. 5.  책을 읽은 효과를 확인하고 싶으시다고요?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엄마가 읽어주는 책에 흠뻑 빠져버린 아이.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아이를 보며, 아이는 엄마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간혹 엄마는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걸 아이가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이해를 하면서 듣고는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만약 아이가 이해도 못하면서 그냥 듣고 재미있어만 하는 거라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 어렵다. 얼른 생각나는 건 아이에게 묻고 확인하는 정도다. 하지만 한번 묻고 나면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아이가 대.. 2021. 6. 10.
'필독서'란 말에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4동아일보 2007. 8. 28.  '필독서'란 말에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많고 많은 책 가운데 어떤 책을 골라서 아이에게 보여주느냐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많은 책들을 일일이 다 보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좋은 책을 수소문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책은 아이가 보는 것이니만큼 아이가 좋아해야 한다는 신조로 아이에게 전적으로 책 선택권을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는 각종 목록에 한번쯤 눈길을 돌리곤 한다.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연령대 목록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랑 함께 독서지도를 하면 좋다는 목록, 아이 상황별 목록, 무슨 무슨 유명한 상을 받았다는 책들……. 어느.. 2021. 6. 10.
독서지도가 필요할까?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3동아일보 2007. 7. 10.  독서지도가 필요할까?  “우리 아기가 돌이에요. 앞으로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치원에서 독후활동을 하는데, 아이가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더라고요. 줄거리도 말할 줄 모르고……. 책만 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아무래도 그냥 책만 읽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독서지도가 필요하겠죠?” 몇 년전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서지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리고 고민하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 좀 난감해지곤 한다. 유치원 아이는 물론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일 년밖에 안 된 아기까지 독서지도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기가 막히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건 최근 몇.. 2021. 6. 10.
무섭고 잔인한 책은 나쁜 책일까?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2동아일보 2007. 7. 3.  무섭고 잔인한 책은 나쁜 책일까?   아이에게 예쁘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게 어른들 마음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주다 보면 다소 무섭거나 잔인해 보이는 책들을 만나기도 한다. 흔히 만나게 되는 건 옛날이야기다. 아이에게 ‘여우 누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너무 무서워해서 다시는 그 책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거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는 장면 때문에 불안해한다거나 하는 경우다.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려줬는데 아이가 이렇게 무서워하면 엄마는 의심이 든다. 이 책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때로는 아이가 전혀 무섭거나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오히려 엄마가 그 책이 너무 무섭고 잔인하다고 .. 2021. 6. 10.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으시다고요?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1동아일보 2007. 6. 26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으시다고요?   엄마들이 가장 읽히고 싶어하는 분야의 책 가운데 하나는 위인전이다. 아이가 능력만 된다면 되도록 빨리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이가 어떤 인물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보이기라도 하면 위인전을 들여놔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위인전은 사실 쉽지 않은 책이다. 위인전이란 ‘역사 속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물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초등 3-4학년 정도는 되어야지, 7-8살 아이들한테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위인전을 되도록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아이가 위인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 2021. 6. 10.
네 이야기를 들려줘 네 이야기를 들려줘  네 이야기를 들려줘. 솔직하게, 좀더 자세히 들려줘. 네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어. 네 이야기 속에는 내가 몰랐던, 아니 못 봤던 세계가 있어. 보는 사람에 따라 세상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내가 본 게 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봐. 같은 걸 본다고 다 같은 게 아니었나봐. 똑같은 걸 바라보면서도 서로 바라보는 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 나는 이제부터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려고 해. 이렇게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때면 내가 보는 세상이 아닌 또다른 세상을 보게 되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게 돼. 같은 이야기라도 자기가 직접 들려줄 때랑 다른 사람이 전해줄 때는, 정말이지 그 느낌이 .. 2021. 6. 9.
나보다 작은 형 가볍게 읽히되 가볍지 않은 이야기 동화작가 임정진은 특별한 재주가 있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들도 임정진의 손끝을 거치고 나면 밝고 재기 발랄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무겁고 어두운 주제 의식들을 다 벗어 던진 건 아니다. 밝고 가볍게 읽히면서도 다 읽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교훈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고 나면 저절로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보다 작은 형》(푸른숲, 2001)은 이런 임정진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책이다. 먼저 여기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표제작인 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병에 걸린 형을 둔 동생의 마음이 담겨 있고, 에서는 별 풍차 아저씨를 등장시켜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준다. 는 국적과 인종 문.. 2021. 6. 9.
겉모습 때문에 앓지마 이런 책 골라 주세요 동아일보 2006. 12. 23. 겉모습 때문에 앓지마 “엄마, 나 어때? S라인 같아?” 이제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툭하면 하는 말입니다.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요즘엔 씁쓸하기만 합니다. 1학년짜리 아이가 S라인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만큼 사회가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죠. 물론 외모에 대한 관심은 언제 어디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외모만 받쳐주면 다른 건 좀 부족해도 용서(?)해 줄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선도해 나가는 건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입니다. 건강이니 뭐니 하며 온갖 수식어를 붙이지만 결국엔 외모 자체에만 주목을 하게끔 만듭니다. 뚱뚱한 사람들이 살을 못 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거나, 혹은 외모를 가꾸지 않는 건 자신.. 2021. 6. 9.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한겨레신문 2006. 5. 9.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 그림 풀빛  몇 년 전 제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였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아이들이 핀두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서로 자기가 가져온 책을 읽어달라고 티격태격하던 아이들은 제가 핀두스를 읽기 시작하자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내려놓자마자 아이들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 이것 가지고 연극해요!" 놀란 건 저였습니다. 저는 그냥 책을 읽어주고 끝낼 생각이었으니까요. 결국 다음 주엔 제가 이 책으로 극본을 만들어와서 같이 연습을 했고, 그 다음 주엔 아이들이 준비물을 마련해 와서는 즉석에서 연극을 했답니다. 다른 때는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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